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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by 이불밖은궁금해 2019. 12. 25.







작년에 한창 마라톤에 빠져있을 때 읽었던 책이다. 마라톤 관련 서적을 찾다가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평생토록 마라톤을 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원래 책을 잘 읽는 편은 아니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은 좋아하는지라, 나에겐 너무 반가운 책이었다.


당시에 책 읽고 쓴 후기를 남긴다. 



강물을 생각하려 한다. 구름을 생각하려 한다. 

나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그저 계속 달려가고 있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니다.


제1장 - 누가 믹 재거를 비웃을 수 있겠는가?

제2장 - 사람은 어떻게 해서 달리는 소설가가 되는가


왜 달리기를 시작하게 되었는가왜 달리는 소설가가 되었는가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가로 데뷔후 얼마지나지 않아 (정확히는 양을쫓는모험을 쓸때쯤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양을 쫓는 모험>은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중 유명한 <상실의시대> 보다 5년이나 앞서 1982년에 출판된 작품이다. 


하루키 본인은 마라톤을 통한 건강관리, 멘탈관리, 스트레스관리를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소설가 하루키는 없었을거라고 한다.


일상에서 가끔씩 직면하게 되는 자기에게 쏟아지는 이유없는 비난, 비판들을,달리기를 하면서 이겨낸다고 한다.


체력을 극한까지 소비하고서, '아 나는 완벽한 인간이 아니구나. 한계가 명확한 평범한 인간일 뿐이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자기에게 쏟아지는 화살들을 이해하고 감당해낸다고 한다. 체력단련과 멘탈회복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마라톤은,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있어 최고의 운동이자 취미생활인것 같다.



제3장 - 한여름의 아테네에서 최초로 42킬로를 달리다.


마라톤의 유래에 대해 간단히 말해보자면, 


마라톤은 기원전 490년 아테네와 동방제국 페르시아가 벌인 마라톤 전쟁에서 유래되었다. 당시 '마라토스' 라는 미나리과 식물이 무성했던 마라톤 평원에서 전투가 벌어졌었다. 


전투의 결과는 아테네의 대승이었다. 전쟁이 끝나고 페이디피데스라는 전령이, 그 마라톤 평원에서 아테네까지 달려가서, "우리가 이겼다!" 라고 외치고 사망했다고 한다. 그 마라톤에서 아테네까지의 거리가 42.195km 였다고 한다. 그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공식적인 마라톤 경기가 탄생하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명확한 기록이 남겨져 있지는 않아서, 확실한 이야기는 아닌듯 하다.. 


어쨌든 그 최초 마라톤 코스에서 지금도 실제 마라톤 경기가 열린다고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처음으로 풀코스마라톤을 뛰었던 코스가 바로 그 오리지날 마라톤 코스였다. 공식적인 경기는 아니었다.


그뒤로 매년 풀코스를 1회씩 참가했다고 한다. 무려 20년 간.


근데 재미있는건 20년이 지난 지금이나 처음 오리지날마라톤코스를 달렸을때나 느끼는 감정은 동일하다는 점이다. 30킬로 까지는 생각보다 괜찮은데, 35킬로부터 마지막까지는 몸과 멘탈이 모두 붕괴되며,


내 몸에 에너지는 전혀 남아있지않고, 모든것에 화가나며, 왜 달리는지 모르겠다는 감정이 든다고 한다. ㅋㅋ 하지만 그러면서도 완주를 하게되면,그런 감정들이 개운하게 사라지며, '아 다음엔 더 잘뛰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바뀐다고 한다.


아직까지 나는 풀코스 마라톤을 나가본적은 없다. 내 수준으로는 하프마라톤이 최대다. 하지만 위 감정은 나도 동일하게 느낀다.. 초반엔 신나지만, 후반부엔 '내가 왜 이러고 있지..?' 하다가도, 완주를 하면 '아 다음에 또 해야지!!' 이러고있다.



제4장-나는 소설 쓰는 방법의 많은 것을 매일 아침 길 위를 달리면서 배워왔다.



인상깊은 대목이 있어 그대로 적어봤다.


휴식은 이틀 이상 계속하지 않는 것이 기본적인 규칙이다. 근육은 잘 길들여간 소나 말 같은 사역 동물과 비슷하다. 주의깊게 단계적으로 부담을 늘려나가면, 근육은 그 훈련에 견딜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적응해 나간다.


그러나 연습은 며칠 쉬어버리면, 근육도 자동적으로 판단하여 한계치를 떨어뜨려 나간다. 근육이라는 것도 살아 있는 동물과 마찬가지로 가능하면 힘 안 들이고 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무거운 짐이 주어지지 않으면 안심하고 기억을 지워 나간다. 


계속 달려야하는 이유는 아주 조금밖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둘 이유라면 대형 트럭 가득히 있다.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 '아주 작은 이유'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단련하는 일뿐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빈틈없이 단련하는 것. 


하프마라톤 참가 이후, 한 10일 정도 달리기를 쉬었었다. 정말로 달리지 않을 이유가 한트럭씩 쏟아지더라.

발가락 아퍼,  밥못먹었어, 추워, 시간없어, 놀고싶어 등등.사실 다 핑계에 불과했다. 



세상에는 때때로 매일 달리고 있는 사람을 보고, 그렇게까지해서 오래 살고 싶을까? 하고

비웃듯이 말하는 사람이 있다.


내 생각이지만 오래 살고 싶어서 달리고 있는 사람은 실제로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적게 살아도 좋으니 살아있는 동안은 온전한 인생을 보내고 싶다. 라는 생각으로 달리고 있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같은 10년 이라도 멍하고 무기력하게 사는 10년보다는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생동감 있게 사는 10년쪽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달리기가 그러한 목적을 도와줄거라고 생각한다. 


크게 공감이가는 대목이었다. 저렇게까지 뛰고 싶을까? 하며 비웃듯이 말하는 사람들. 사실 비웃는건지, 아니면 꾸준히 운동할 자신이 없는 자기 자신을 애써 위로 하는건지 모르겠다. 달리기는 건강 그 이상으로 얻는 것이 많다.



제5장 만약 그 무렵 내가 긴 포니테일을 갖고 있었다 해도


 인상깊은 구절.


말할 것도 없이 언젠가 사람은 패배한다. 육체는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쇠잔해간다. 빠르건 늦건 패퇴하고 소멸한다. 육체가 시들면 (우선 아마도) 정신도 갈 곳을 잃고 만다. 그와 같은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지점을ㅡ결국 내 활력이 독소에 패배해서 뒤쳐지고 마는 지점을ㅡ 조금이라도 뒤로 미룰 수 있기를 바란다.

하루키의 문장력은 역시 대단하다.! 쉽게 말해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것. 건강한 몸을 항상 유지할 수있도록 하자


이 장에선 본인이 운동을 하면서 듣는 음악 몇가지를 추천해 줬다. 


-롤링 스톤스의 베거스 뱅큇. 에릭 클랩튼의 렙타일.


간혹 듣고 있다.^^  언젠가 라디오에 출연해서 추천음악을 쭉~ 골라줬는데, 약간 잔잔하고 리듬감 있는 노래들을 주로 듣는것 같았다.








제6장 -이제 아무도 테이블을 두드리지 않고 아무도 컵을 던지지 않았다.


제목이 재미 있다. 6장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100킬로 마라톤에 도전한 이야기다. 

이 뒤에 계속되는 것은 레이스의 며칠 후 에 '잊어버리기 전에' 라고 생각하고, 써두었던 심상 스케치 같은글을 정리한 것이다. 10년 만에 다시 읽어보니 그때 달리면서 생각하거나 느끼거나 했던 것이 무척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그 가혹한 레이스가 내 안에 어떤 것ㅡ기뻐할 만한 것, 그리고 그렇게 순순히 기뻐할 수 없는 것ㅡ을 남기고 갔는지, 대략적인 것을 여러분도 이해해줄는지 모른다. '그런건 잘 알 수 없다'는 말을 들을지도 모르지만


나도 마라톤을 다녀오면 꼭 그때 달리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기록해둬야겠다.



42km 풀코스 마라톤도 나에겐 먼나리이야기같은데, 무려 100km 울트라 마라톤이라니, 정말 대단한 사람인것 같다. 100km를 쉬지않고 달리는 느낌..? 말로 설명하기 힘든 그 경험을 하루키만의 문장력과 표현력으로 써내려간다. 




제7장 - 뉴욕의 가을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 알게된 지식도 있었다. 달리는 도중 체중의 세배가 되는 충격이 발에 가해진다는 것. 쿠션감있는 신발의 중요성, 무릎과 발목 관리의 중요성.


7장은 뉴욕시티 마라톤을 준비하면서 겪었던 몸과 주변환경의 변화들에 대해 쓰여있다. 무릎이 아팠다가 회복하는 과정도 쓰여있다. 


그리고 '적절히'레이스 하는것은 하루키도 힘들다고 한다.


다른 주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 그러지 않으려고 생각해도 자기도 모르게 힘이들어가고 만다. 여러 사람과 함께 준비,땅 하고 레이스를 하는 것은 즐거운일이고, 투쟁 본능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고개를 쳐든다. 그러나 그것을 꾹 참고 냉정하게 달린다.


이렇게 표현. 초보자로서 아주 공감이 가는 문구였다. 작년 9월 하프마라톤에 처음 도전했었는데, 출발당시 왠지 모르게 신이나더라. 그래서 힘이 많이들어갔고, 평소 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하고 오버페이스를 해버렸다.


내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은 경험과 본능뿐이다. 경험이 나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이제 할수 있는 것은 다했다.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뭔가를 더 생각해본들 소용없다. 이제는 당일이 다가오는 것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는것

본능이 나에게 말해주는것은 딱 한마디. '상상하라'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눈을 감고 상상한다. 브루클린에서, 할렘에서, 미드타운으로, 수만명의 주자들과 함께 뉴욕의 거리를 달려 나가는 내 모습을. 몇개 인지 모를 거대한 강철의 현수교를 내가 넘어가고 있는 것을. 번잡한 센트럴파크 사우스를 따라 달리면서 결승점에 가까워지고 있을 때의 기분을. 레이스를 완주한 후에 먹으러가는, 호텔 근처의 고풍스런 스테이크하우스를. 그런 광경은 온몸에 조용한 활력을 가져다준다. 나는 이제 더이상 캄캄한 어둠의 세계를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는 것을 그만둔다. 침묵의 울림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그만둔다.


'두려움'에 대한 하루키의 생각이다. 경험과 본능.. 문장에 취한다.역시 하루키의 문장은 섬세하고, 와닿는다. 







제8장 - 죽는날까지 열여덟 살


트라이애슬론 연습과정이 조금쓰여있다. 하루키는 마라톤만이 아닌 철인3종경기까지 참가했었다. 참 대단하다. 나도 해보고 싶긴한데,, 우선 수영부터 배워야한다..


그리고 뉴욕마라톤 후기.


뉴욕마라톤은 하루키의 24번째 마라톤이다. 점점 기록이 느려지고있다고 한다. 이때 나이가 50대 후반정도니까, 어쩌면 당연할수도..? 


하지만 하루키는 기죽지 않고 계속 달린다고 한다. 왜냐면 애초에 누가 시켜서 한게 아니라, 내가 달리고 싶어서 달리는거니까. 주위의 어떤 것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않고,  그저 내가 좋아 하는 것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왔으니까. 설사 다른 사람들이 말려도, 비난을 해도, 내 방식을 변경한일은 없었으니까. 


낡은 보스턴백처럼 그것(자기자신)을 둘러매고, 나는 긴 여정을 걸어온 것이다. 좋아서 짊어지고 온 것은 아니다. 내용에 비해 너무 무겁고, 겉모습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군데군데 터진 곳도 보인다. 하지만 그것 외에는 짊어지고 갈 것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메고 온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애착도 간다. 물론.


마라톤 결과에 대한 이유모를 아쉬움에 하루키는 위와같이 생각했다.


일부분만 적어봤지만, 사실 굉장히 뭉클한 내용이었다.


사람은, 나는 완벽하지 않다. 성격도, 신체도. 근데 그렇다고 어쩔건가? 나는 나 뿐이다. 짊어지고 갈게 하나뿐이다. 부족한게 있기 때문에 더 애착이 하는 것.


ㅜㅜ

하루키의 자기애 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 해야하나..

마라톤은 인간을 내적으로 성장시키는것 같다. 한계를 겸허히 받아들임으로써, 더 앞으로 나아갈 용기와 힘을 얻는다고 과정이다.



제9장 - 적어도 최후까지 걷지는 않았다.


마지막장이다. 적어도 최후까지 걷지는 않았다. 실제 마라톤장에서 레이스 후반부에 계속해서 생각나는 문구다. 느릴지언정 걷지는 않겠다는 것.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는 마라톤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마라톤로서이기도하고, 소설가로서이기도 하다. 그는 언제나 달려왔다. 전세계에서 같이 달리면서, 그를 추월했던, 그가 추월했던 수 많은 마라토너들.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달릴 수 없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혹은 마라톤을 하면서 매번 느끼는 거지만, 마라톤은 우리인생의 축소판과도 같다. 마라톤은 나 자신과의 길고긴 싸움. 한계를 돌파하고, 내면과 외면이 성장하는 긴 싸움이다. 


이렇게 9장으로 책은 끝이다. 하루키에게도 이 책은 의미가 남다르다고 한다. 여행기나 에세이집은 몇권 냈었지만, 이렇게 나 자신에 대해 정면으로 이야기했던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만약 내 묘비명 같은 것이 있다고 하면,

그리고 그 문구를 내가 선택하는 게 가능하다면, 

이렇게 써넣고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그리고 러너)

1949~20**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를 좋아한다면, 달리기를 좋아한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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